임재춘의 힘글쓰기

(출처 : 임재춘의 과학기술자글쓰기 강의 자료 -글쓴이 임재춘-) 

힘글쓰기 1단계 ; 단어 힘(Word Power) 기르기 

힘글쓰기는 유치원부터 시작한다. 유치원에서는 교사가 주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숫자 1에 적으면 학생은 2에 주제를 뒷받침하는 단어를 적는다. 

1 동물 2 개

 

2 고양이

2 토끼 

1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세 가지 이유 

2 귀여움

2 잘 놀아줌

2 말썽을 안 피움 


이 훈련을 통하여 유치원 학생은 주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단어들이 수직적인 주종관계이고, 주제를 뒷받침하는 단어들은 서로 수평적으로 대등한 관계를 가지는 개념을 파악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생이 책을 읽고 단어를 찾는 연습을 한다. 선생이 마야문명의 멸망에 대한 책을 주면서 ‘마야인이 스페인 사람을 두려워한 이유 세 가지’를 찾아내는 숙제를 준다. ‘마야인이 스페인 사람을 두려워한 이유 세 가지’가 바로 주제다. 즉 1이 되는 것이다. 다음 날 학생들로 하여금 이 주제를 뒷받침하는 단어를 나열해 보게 한다. 

1 마야인이 스페인사람을 두려워한 세 가지 이유 

2 무기

2 대포

2 갑옷

2 말

2 천연두 


1차적인 답이 나오면 선생은 이 답이 먼저 ‘맞는지’를 확인한다. 천연두는 마야인의 인구를 급격히 감소시킨 주된 원인은 될 수 있어도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아니기에 제외시킨다. 다음은 이 답이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대포’와 ‘갑옷’은 무기에 포함시킬 수 있기에 중복되며, 중요한 ‘흰 피부’가 누락되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무기, 말, 흰 피부로 균형을 잡아준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균형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중복과 누락이 없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맥킨지와 같은 컨설팅회사가 애용하는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 배타적이고 전체적으로 남김이 없이’라는 뜻이니까, 즉 ‘중복과 누락이 없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이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Balanced'의 개념이 일관성을 가지고 컨설팅회사가 사용하는 MECE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MECE는 다음 기회에 논리를 다룰 때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선생은 책만 지정해 준다. 학생이 이를 읽은 후 자기가 주제를 정하여 글을 써 온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은 우리처럼 참고서가 없다. 학원도 없다. 우리는 교과서가 압축된 내용만을 담았기에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참고서와 학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교과서 자체가 두툼한 소설책이다. 이를 읽어야 공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읽기는 영어과목에 한정된 수업형태가 아니고, 어떤 과목에서도 읽기 수업을 병행한다. 따라서 읽기를 앞세우는 수업은 사회나 자연과목을 담당하는 교사에게도 필수적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읽고 이해한 내용을 쓰기라는 과정을 통하여 정보를 자기 지식으로 만드는 훈련을 한다. 

정보시대에 수많은 정보 가운데 이를 선별하여 자신의 지식으로 체화하는 것은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은 점점 쓸모가 없어진다. 엘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이를 두고 Obsoledge(Obsolete Knowledge)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었다. 새로운 지식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기에 스스로 익혀야한다. 미국의 글쓰기는 이러한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글쓰기는 창조적인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국어공부의 일환이기에 ‘글짓기’이다. 문학적인 글쓰기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자기가 하나 정한다. 힘 1이다. 다음은 이 주제를 가장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항 세 개를 찾아낸다. 힘 2이다. 학생은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주제와 관련성이 적은 것은 빼내고, 또 중요한 것이 빠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형을 갖추도록 한다. 

유치원에서 배운 ‘구체적인 뒷받침 세 개’의 개념은 직장에 들어가서 기획서를 쓰거나 제안서를 작성할 때 핵심사항 세 가지를 찾아내는 것으로 연결된다. 기획의 경우에는 목표를 주제(힘1)로 삼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구체적인 이유(힘2)를 제시하는 것이다. 제안의 경우에는 목표를 주제(힘1)로 하고 구체적인 방법(힘2)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여러분이 서점에 나가서 ‘기획서 작성법’을 읽어보라. 이들 작성법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핵심사항 세 가지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즉, 핵심 3종 세트 찾기이다. 맥킨지가 자랑하는 MECE라는 브랜드도 별 것 아니다. 핵심사항을 용도에 맞추어 미리 정형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힘글쓰기 2단계 ; 문장 차원의 힘(Powergraph)기르기 

단어 대신 문장 몇 개로 하나의 문단을 만드는 훈련이다. 단어 하나를 문장 하나로 확대하고 이를 묶어 문단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Powergraph(힘문단)‘이라고 부른다. 가장 전형적인 힘문단은 1-2-3-4 형식이다.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how(어떻게)‘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제-근거(설명)-증명(자료/의견)-주제의 형식이다. 다른 하나는 ’why(왜)‘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장-근거(이유)-증명(사실/사례)-주장의 형식이다. 

‘어떻게’형식 ; 주제-설명-자료/의견-주제 
코알라는 나무 위에서 사는 진기한 동물이다(1). 코알라는 배주머니를 등에, 그것도 거꾸로 매달고 있어며...(2). 연구 자료(또는,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새끼는 어미의 배설물을 먹이로...(3). 코알라는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4). 

‘왜’형식; 주장-이유-사실/사례-주장 
캥거루는 초원에서 사는 진기한 동물이다(1). 캥거루가 왜 진기하냐하면 아주 작은 새끼를 낳아 배주머니에서 양육...(2). 사실 갓 태어난 새끼는 50g 밖에 나가지 않으며...(또는, 예를 들면 금방 나은 새끼는 골프공 정도로...)(3). 캥거루는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다(4). 

‘어떻게’형식은 주로 주제를 뒷받침할 때 많이 쓴다. 따라서 직장에서 쓰는 보고서, 설명서와 논문 등에 활용된다. 한편 ‘왜’형식은 주로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컨설팅 보고서, 면접, 발표 등에 적용된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서는 신문의 기고문, 학생의 논술(에세이)이 있다. 

‘왜’형식이 발표(Presentation)기법중의 하나인 PREP(처칠이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룬다)과 정확히 일치하는 점에 유의하자. Point(주장)-Reason(이유)-Example(예)-Point(주장)의 순서이다. 그래서 미국 학생은 주장이나 설득을 할 때 왼쪽 손을 펴서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집어 가며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아래의 사진은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유치원 영어학원이다. 

1-2-3-4 형식의 전형적인 힘문단은 변형을 한다. 1-2-2-4 형식으로 된 것을 병렬형이라고 부르고 자신은 직렬형이 된다. 

1-2-2-4 형식(병렬형) 
나는 두 가지 이유로 고양이를 좋아한다(1). 첫 번째는 고양이는 털이 부드럽고 사랑스럽다(2). 두 번째는 고양이는 나와 잘 놀아 준다(2). 이 두 가지가 무엇보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이다(4). 

1-2-3-4 형식(직렬형) 
나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1). 내가 심심할 때면 나와 재미있게 놀아준다(2). 고양이는 공이나 깃털, 끈에 달린 것은 무엇이나 ？i기 좋아한다(3). 아무리 보아도 고양이는 이상적인 애완동물이다(4). 

힘 2가 여러 개로 확장되면서 병렬확장형이 되기도 하고 힘 4가 힘 1을 재강조하지 않고 힘 3을 더욱 구체적으로 심화하는 방법도 있다. 힘 5는 4를, 6은 5를 ... 이런 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직렬확장형이 되기도 한다. 

1-2-2-2-2-2-4 형식(병렬확장형) 
나는 고양이를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좋아한다(1). 첫째, ...(2), 둘째, ...(2), 셋째, ...(2), 넷째, ...(2), 다섯째, ...(2), 따라서 고양이는 이상적인 애완동물이다(4). 

1-2-3-4-5-6 형식(직렬확장형) 
심심할 때면 나와 재미있게 놀아준다(2). 고양이는 공이나 깃털, 끈에 달린 것은 무엇이나 ？i기 좋아한다(3). 특히 고무줄에 깃털을 뭉쳐서 튕겨 주면 평소에 보기 힘든 동작까지 볼 수 있다(4). 아마도 깃털을 참새로 착각하여 사냥 본능이 나오는 모양이다(5). 몇 번 실패하면 상황이 유리해질 때까지 기회를 노린다(6). 

 

중등학교에 가면 본격적인 에세이 쓰기가 시작된다. 1－2－2－2－4 문장 형식으로 이루어진 힘문단에서 문장 하나하나를 문단으로 확장하면 도입 한 문단(1')－본론 세 문단(2'－2'－2')－결론 한 문단(4')의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1은 주제 문장이나 1'는 주제 문단이다. 이와 같은 구분은 미국에서는 전혀 하지 않으나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새롭게 도입한다. 무척 정확하고 편리하다). 이렇게 5문단으로 이루어지는 에세이를 ‘5문단 에세이(5 Paragraph Essay)’ 또는 ‘기본 에세이(Basic Essay)’라고 한다. 

1－2－2－2－4 형식의 5개의 문장으로 된 다음과 같은 힘문단이 있다고 하자. 
고양이는 훌륭한 애완동물이다(힘1). 첫째, 고양이는 사교성이 뛰어나다 (힘2). 둘째, 고양이는 문명화한 가족 구성원이다( 힘2). 셋째, 고양이는 키우기 쉽다 (힘2). 고양이는 이상적인 애완동물이다 (힘4). 

이 힘문단을 5문단-에세이의 기본형인 서론1'－본론2'(1－2－3－3－2－3－3－2－3－3)－본론2'(같은 유형)－본론2'(같은 유형)－결론4'의 형태를 취하면 다음과 같다. 제목과 5개 핵심문장만을 읽으면 속독이 된다. 본론2‘ 문단은 1-2-3-3-2-3-3-2-3-3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보아두자. 본론 문단은 주제를 뒷받침하는 성격이라 2’이지만 본론 문단 2‘은 다시 소주제(1)를 앞에 두고 근거(2;이유/방법)-증명(3;자료/의견/사실/예)-증명(3)이 세 번 반복된다. 힘4는 종종 생략된다. 

고양이는이상적인애완동물 

(문단1‘; 도입) (앞부분 생략). 고양이는 훌륭한 애완동물이다. 
(문단2‘; 본론1)

첫째, 고양이는 사교성이 뛰어나다(힘1). 많은 고양이가 애교스럽다(힘2). 그들은 살짝 다가와 쓰다듬어 달라거나 턱밑을 긁어달라고 한다(힘3). 기분 좋게 그렁거리는 고양이를 누가 마다하겠는가(힘3)? 애교스럽지 않은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놀기를 좋아한다(힘2). 공이나 깃털, 끈에 달린 것은 무엇이나 쫓기 좋아한다(힘3). 고양이는 특별히 주인과 함께 하는 놀이를 즐긴다(힘3).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어, 고양이도 훈련시킬 수 있다(힘2). 개처럼 보상과 벌을 적용하면 고양이는 재주를 부린다(힘3). 심부름하는 고양이까지 가능하다(힘3)! 
(문단2‘; 본론2) 둘째, 고양이는 문명화한 가족구성원이다. (2-
3-3-2-3-3-2-3-3 생략) 
(문단2‘; 본론3) 마지막으로, 고양이는 키우기가 쉽다. (2-3-3-2-3-3-2-3-3 생략) 
(문단4‘; 결론) (앞부분 생략). 다양한 방법으로, 고양이는 이상적인 애완동물 이다. 
(http://members.tripod.com/lklivingston/essay/sample.html에서 발췌) 

 

 

이와 같은 ‘5문단-기본에세이’ 형식만 알아도 독후감을 쉽게 쓸 수 있다. 삼국지 10권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고 하더라고 주제만 찾아내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형식에 맞추기만 하면 다음과 같은 독후감이 된다. 

(주제 1)제목; 유비의 독특한 리더십이 빛나다 

(문단1‘; 도입) (생략). 유비는 난세에 살아남기 힘든 인물이었으나 자기만의 경쟁력을 구축했다. 

(문단2‘; 본론1) 첫째, 관우와 장비에게 술 한 잔 주고 평생을 부려먹었다(힘2).

(예들; 힘3은 생략) 

(문단2‘; 본론2) 둘째, 제갈공명에게 세 번 절하고 평생 무료 컨설팅 받았다(힘2).

(예들; 힘3은 생략) 

(문단2‘; 본론3) 셋째, 자기에게 오는 사람은 바보스럽도록 포용했다(힘2).

(예들; 힘3은 생략) 

(문단4‘; 결론) (생략). 무릇 크게 성공하는 자는 자신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